안녕하세요, 오늘은 줄기세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황우석 사태 덕분에(?) 전국민이 줄기세포라는 이름에 익숙해질 수 있었는데요, 줄기세포라는 존재가 널리 알려진 것과는 별개로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 연구는 황우석 사태를 기점으로 크게 침체되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는 어떨까요?
황우석 사태가 2005년이었으니 그로부터 15년이나 지났습니다. 언제나 먼 미래의 얘기처럼 들렸던 세포치료제가 최근에는 국내외에서 속속들이 상용화되고 있고, 해외의 연구진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키메라(chimera)를 제작하거나 장기를 재생시키는 등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연구들을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오늘은 세포치료제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먼저 줄기세포에 대해서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줄기세포의 활용에 대해서 알아보기 전에 줄기세포란 무엇인가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줄기세포의 정의와 분류에 대해서 공부해보겠습니다.
1. 줄기세포 (stem cell)의 정의
줄기세포라고 하면 뭔가 만들어내고 재생시킨다는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보통 생물학에서 줄기세포를 정의할 때에는 두 가지의 필요조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는 자기 복제 (self renewal)이고 두 번째는 분화능 (differentiation potential)입니다. 우리는 이 두 조건을 만족하는 세포에 대해서 ‘줄기세포’라고 명명합니다.
1) 자기 복제 (self renewal potential)
자기 복제는 단어 뜻 그대로 스스로를 복제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는 다시 두가지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는데요, 한 가지 관점은 ‘지속적으로, 많이(무한히)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이고, 다른 한 관점은 ‘자신과 같은 세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입니다.
i) 분열 한계 (해이플릭 한계)
먼저 분열한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체세포는 세포분열에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요, 세포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10회 내외의 횟수를 분열하면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사멸하게 됩니다. 이러한 분열의 한계를 헤이플릭 한계 (Hayflick limit)라고 합니다 (이 헤이플릭 한계와 텔로미어, 그리고 영생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라 향후 별도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이 때 줄기세포는 체세포와 달리 이 분열한계가 굉장히 높은데요, 조건에 따라서는 무한히 분열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H9 등 많은 배아줄기세포주가 수십년 이상을 실험실에서 유지되고 있거든요. 줄기세포는 이러한 자기 복제 능력을 바탕으로 우리 몸의 손상된 조직을 매일 같이 갈아치우고 회복시키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ii) 대칭 분열 (symmetric division)과 비대칭 분열 (asymmetric division)
줄기세포는 자기 복제를 통해 사람의 몸 안에서 일생 동안 일정한 양이 유지되도록 조절됩니다. 이러한 자기 복제 과정은 당연하게도 세포분열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 때 줄기세포의 특이한 세포분열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세포분열이라고 하면 흔히 한 개의 세포가 동일한 두 개의 세포로 나뉘는 것을 생각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세포들은 이런 식으로 분열하여 그 수가 증가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경우를 대칭 분열이라고 합니다. 줄기세포 역시 이러한 대칭 분열을 통해 그 수를 늘리는데, 이와 동시에 다른 세포들과 다른 특별한 세포 분열의 형태인 비대칭 분열 (asymmetric division)을 통해 줄기세포는 더 특화된 세포로 '분화(differentiation)'됩니다.
원래의 모세포 (mother cell)과 다른 딸세포 (daughter cell)가 만들어지는 분화 (differentiation)라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한 개의 세포인 수정란에서 인간으로 발달할 수 있는 것이지요.
2) 분화능 (differentiation potential)
분화는 줄기세포가 기능적으로 더 특화된 세포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서 신경줄기세포는 뇌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데요, 신경세포 (neuron)과 성상세포 (astrocyte), 희돌기아교세포 (oligodendrocytes) 등이 그 예입니다.
이러한 분화 과정은 앞서 설명한 비대칭 분열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 때 줄기세포로부터 분화된 세포들은 줄기세포와 다르게 기능적으로 더욱 특화된 형태로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신경줄기세포는 뇌를 구성하는 수많은 세포를 만들 수는 있지만 특별한 기능을 자기고 있지는 않은 반면, 분화된 뉴런은 신경망을 구축하고, 성상세포와 신경아교세포 등은 뇌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분화능이란 줄기세포가 기능적으로 더 특화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고,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세포를 줄기세포 혹은 전구체(progenitor)와 같은 이름으로 부릅니다.
자기 복제능 (self renewal potential): 말 그대로 스스로를 계속해서 복제하여 만들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일반적인 체세포는 분열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줄기세포는 그에 비해 훨씬 높은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다
분화능 (differentiation potential): 한 개의 세포가 기능이 특화된 다른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신경줄기세포가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2. 분화능에 따른 줄기세포의 분류
앞서 줄기세포는 자기 복제능과 분화능을 가지고 있는 세포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줄기세포가 무한한 복제 능력과 어떤 세포로든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줄기세포는 자기 복제능과 분화능에서 차이를 보이고 이것을 기준으로 줄기세포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분류합니다. 줄기세포는 주로 분화능에 따라 그 단계를 구분하고, 그 계열이나 출처(source)에 따라서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분화능의 수준에 따른 분류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전능 (totipotent): 태반(배아 바깥 조직, extraembryonic tissue)을 포함한 개체 전체를 만들 수 있음 (예: 수정란zygote)
- 만능 (pluripotent): 태반을 제외한 개체 전체 (배아 조직, embryonic tissue)를 만들 수 있음 (예: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 다능 (multipotent): 한 계열의 다양한 세포들을 만들 수 있음 (예: 중간엽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 신경줄기세포neural stem cell, 장줄기세포intestinal stem cell, 조혈모세포hematopoietic stem cell 등)
- 단일 (unipotent): 한 가지 세포로 분화할 수 있음 (예: 피부줄기세포epithelial stem cell 등)
이 계층구조에서 아래에 위치할수록 세포는 더 제한된 분화능을 가지는 동시에 특정 기능에 더욱 특화됩니다. 전능성 줄기세포는 인간의 모든 구성요소를 만들 수 있지만 발생 초기에 잠깐 존재하고 사라지고, 만능성 줄기세포 역시 배반포(blastocyst) 단계에 잠깐 존재하고 사라집니다. 하지만 다능성 혹은 단일성 줄기세포인 성체줄기세포들은 발생이 끝나고 나서도 평생 동안 유지되며 인간의 생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합니다.
3. 계열(근원)에 따른 분류
줄기세포를 분화능(potency)의 수준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근원이나 계열(lineage)의 종류에 따라서도 분류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분류체계는 이쪽에 가깝죠.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조직이나 기관들을 생각해보면 어떤 이름들이 생각나시나요? 뇌, 혈액, 근육, 피부, 연골, 장 같은 이름이 떠오르시나요?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이 모든 조직에는 줄기세포가 존재하고 이 줄기세포가 평생에 걸쳐서 장기를 성장시키고 재생하고 유지합니다.
1) 배아줄기세포 (embryonic stem cell)
배아줄기세포는 말 그대로 배아(수정란)에서 유래된 줄기세포를 의미합니다. 배아(zygote)가 발달하여 배반포(blastocyst) 단계에 도달했을 때 나타나는 내세포괴(inner cell mass)를 분리하여 얻는데요, 아직 분화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인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높은 분화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앞서 말했던 분화능의 구분에서 전능(pluripotent)한 세포인 것이죠. 인간의 경우에는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실제 수정란을 사용하지는 않고 난자에 전기자극(electric fusion)을 가해서 처녀생식(parthenogenesis)을 유도한 뒤 만들어진 난자만으로 이루어진 수정란으로부터 배아줄기세포를 얻습니다 (여담이지만 황우석 사태는 데이터 조작과 함께 기증자의 난자를 채취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로도 큰 이슈가 됐었습니다).
배아줄기세포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세포를 실험실에서 분화시켜서 만들 수 있고 이를 응용해서 발달 단계를 연구하거나 세포치료제로 개발하는 등 굉장히 넓은 범위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2) 신경줄기세포 (neural stem cell)
신경줄기세포는 신경계를 구성하는 세포들을 만드는데 특화된 줄기세포입니다. 흔히 뇌를 구성하는 뇌세포라고 하면 신경세포인 뉴런을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뇌를 이루는 대부분 세포는 오히려 뉴런이 아닌 신경아교세포(glial cell)이나 성상세포(astrocyte), 희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 등입니다. 뉴런의 곁에서 그 역할을 보조하는 이러한 세포들은 끊임없이 죽어 나가지만 신경줄기세포에 의해 계속해서 재생됩니다.
3) 조혈모세포 (hematopoietic stem cell)
조혈모세포는 인간의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 수 있는 줄기세포입니다. 인간의 혈액 조직은 신체 구석구석 산소와 영양분을 운반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면역세포들을 순환하게 하여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혈액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적혈구와 백혈구(대식세포macrophage, 호중구neutrophil, 호산구eosinophil, 호염구basophil), 혈소판, 림프구(T림프구, B림프구, NK세포) 등 많은 종류의 세포가 포함되어 있죠.
혈액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각기 다른 수명을 가지고 있지만 대체로 짧으면 수십일에서 길면 수백일 정도의 수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생에 걸쳐서 끊임없이 재생되어야 합니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줄기세포가 바로 조혈모세포입니다. 단 한 개의 세포만으로도 모든 혈액 조직을 재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식을 통해서 다양한 혈액 질병(hematological malignancy)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4) 장줄기세포 (intestinal stem cell)
장줄기세포는 최근 들어 더욱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기존에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던 장줄기세포의 정체가 밝혀졌기 때문인데요, Lgr5+ 장줄기세포는 장내벽(정확히는 crypt)에 위치하면서 소화액과 음식물에 의해 끊임없이 파괴되는 소장의 내벽을 재생시킵니다. 장줄기세포는 이러한 재생능력을 바탕으로 현재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는 크론병(Crohn‘s disease)을 비롯한 다양한 난치질환 치료에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입니다.
4) 그 외
수많은 줄기세포 중에서 극히 일부에 대해 이야기 했을 뿐인데 벌써 글이 이렇게나 길어져 버렸네요. 오늘 간략하게 설명한 줄기세포 외에도 피부에는 상피세포를 끊임없이 재생시켜주는 상피줄기세포 (epidermal stem cell)이나, 섬유아세포 (fibroblast)가 있고, 근육에는 손상된 근육을 재생시켜주는 근육줄기세포 (muscle stem cell), 뼈에는 뼈를 성장/재생시켜주는 조골세포 (osteoblast, skeletal stem cell), 연결조직들을 재생시키는 중간엽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 등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오늘 글은 생각보다 길어졌고, 사람에 따라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용이 더 궁금하시거나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댓글을 통해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시간 날 때 꼭 답변해드릴게요 :)
당장 다음에는 어떤 내용을 쓰게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차근차근 줄기세포를 활용한 기초연구부터 세포치료제에 대한 이야기까지 느긋하게 작성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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