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조직적합성 복합체 MHC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인간에서는 HLA (human leukocyte antigen)로 불리는 유전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흔치는 않겠지만 주변에 장기이식이나 조혈모세포 이식을 경험해본 분이라면 매우 익숙하게 들릴만한 유전자일 것 입니다. 생물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T세포(T lymphocyte)에 대해 배우면서 처음 접하게 되는 단어일 것 같네요.
1. 주조직적합성 복합체 MHC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한글로 주조직적합성 복합체라고 부르는 이 용어는 영문 용어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를 직역한 단어입니다.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라는 용어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단어는 histocompatibility 입니다. 이 단어는 라틴어로 '조직(tissue)'을 뜻하는 'histo' 뒤에 '호환성'을 뜻하는 compatibility가 합쳐진 단어인데요, 말 그대로 조직의 호환성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이 때 호환성이란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등 서로 다른 개체 사이의 호환성을 의미하죠. 그리고 '주요한'을 뜻하는 major의 뜻과 같이 이러한 조직적합성을 결정하는 가장 주요한 인자가 바로 MHC입니다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에 비해 영향이 적은 minor histocompatibility complex도 존재합니다).
참고로 적은 케이스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MHC의 M을 mouse 혹은 murine 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조직적합성이라는 것이 오로지 MHC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종간(interspecies)에는 당사슬 차이만으로도 급격한 면역반응이 촉발되기도 하고, 같은 종 내에서도 항원성을 결정하는 다양한 인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MHC가 major인 것은 MHC의 일치가 조직적합성의 최소 조건이기 때문이다. MHC가 일치하지 않는한 나머지 항원인자들이 일치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MHC가 말 그대로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라고 불리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네이버에서 '주조직'을 타이핑하면 연관검색어로 '주조직 적합성 단백질', '주조직적합성 단백질', '주조직적합성 복합체' 등이 나오는데, 한글번역이라는 것이 으레 번역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주조직 적합성 단백질'은 의미에 혼동이 올만한 띄어쓰기 인 것 같습니다. '주조직'에 대한 적합성 이야기 같으니까요. 의미상 '주 조직적합성 단백질(복합체)'나 '주조직적합성 단백질(복합체)'라고 쓰면 될 것 같습니다.
2. 사람백혈구항원 HLA (human leukocyte antigen)
MHC는 실험동물인 마우스에서 최초로 발견되었습니다 (Loeb and Tyzzer, 1920). MHC 발견 이후 과학자들은 사람에서도 동일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 예상대로 인간의 MHC를 찾아냈습니다 (Jean Dausset, 1958). 인간의 MHC는 사람백혈구항원 human leukocyte antigen, 줄여서 HLA로 명명되었습니다.
사진출처 https://www.immunopaedia.org.za/immunology
HLA는 다수의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는 gene family 입니다. 특징에 따라 일반적으로 HLA class I과 HLA class II 그룹으로 나뉘는데, 각각의 그룹 내에 HLA-A, -B, -C, -E, -F, -G와 HLA-DR, -DP, -DQ 유전자가 존재합니다. 이 유전자는 인간의 염색체 6번(6p21)에 위치해 있으며 세포에 따라 서로 다른 발현 양상을 보입니다. HLA class I 유전자는 핵을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세포에서 발현하지만 HLA class II는 항원제시세포(antigen presenting cell)라고 불리는 특별한 세포들에서만 발현합니다.
3. HLA class I
HLA class I이 거의 모든 세포에서 발현하는 이유는 그 역할 때문입니다. HLA class I은 세포 표면에 위치하여 자기/비자기 (self or non-self) 구분의 역할 뿐만 아니라 세포 내의 단백질(cytoplasmic protein, intracellular protein) 항원을 세포 표면에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자기/비자기의 구분은 '내 세포'가 아닌 외래 세포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그 차이를 면역세포가 구분하게 하는 것으로 면역거부반응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세포 내의 단백질 항원은 여러가지 종류가 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세포에 발생한 돌연변이에 의해 만들어진 비정상적인 단백질과 세포에 침투한 바이러스 단백질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전자는 장차 암세포로 발전할 수 있는 돌연변이 세포를 세포독성T세포 (CD8+ cytotoxic T cell, Tc)가 인지하게 만들어 조기에 제거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이고, 후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여 바이러스 감염의 확산을 막는 역할입니다.
요약하자면 HLA class I의 역할은 아래와 같습니다.
- 자기/비자기의 구분: 개인간 HLA serotype의 차이, 장기/세포이식에서 면역거부반응의 원인
- 세포내 단백질 항원 제시: 돌연변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비정상 단백질 항원을 제시하고 이를 감지한 T세포가 돌연변이 세포를 제거하게 함
- 바이러스 항원 제시: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T세포에 인지시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면역반응을 촉발하게 함
자기/비자기를 구분하는 역할을 HLA의 유전적 다형성 (genetic polymorphism)에 의해 가능해집니다. HLA class I 은 사람마다 유전자 코드가 조금씩 다른데, 그 경우의 수가 수천가지에 이릅니다. 이렇게 사람마다 다른 서열을 가지는 유전자를 polymorphic gene이라고 부르고, HLA class I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1) HLA class I이 여러개의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2) 각각의 유전자가 수천가지의 다형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3) 인간은 2개의 상동염색체(2n=48)를 가지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HLA class I serotype은 셀 수 없이 많은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게 됩니다.
아래의 표(https://en.wikipedia.org/wiki/Human_leukocyte_antigen#Serotype_and_allele_names)는 2018년 기준으로 보고된 HLA class I의 variant allele의 수 입니다. major group인 HLA-A, -B, -C 만을 놓고 다형성을 계산했을 때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HLA serotype의 가짓수는 아래와 같이 계산할 수 있습니다.
- 두 개의 HLA-A 유전자 4,340 x 4,340 = 18,835,600
- 두 개의 HLA-B 유전자 5,212 x 5,212 = 27,164,944
- 두 개의 HLA-C 유전자 3,930 x 3,930 = 15,444,900
- 위 세가지 유전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가짓수 = 18,835,600 x 27,164,944 x 15,444,900 = 7.902661389840927e+21
7.902661389840927e+21 이 경우의 수는 이미 총 인구수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가짓수입니다. 여기에 HLA class II 유전자의 경우의 수까지 곱해보면 다른 사람의 면역항원타입이 자신과 일치할 확률이 얼마나 낮은 것인지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의 수는 전세계 인구가 무작위 교배를 한다는 가정 하에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이니 이론적인 최대의 경우의 수 일 뿐입니다.
실제로는 같은 국가/지역에 따라 어느정도 유전형의 풀(pool)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극단적인 다형성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자신과 면역항원이 일치하는 사람을 찾을 확률은 극히 낮지만요). 자녀는 부모로부터 각각 한 개의 염색체를 물려받기 때문에 부모와는 무조건 절반의 일치도를 보이게 됩니다. 형제가 있다면 그 형제는 25%의 확률로 완전히 일치하거나 완전히 틀릴 수 있고, 50% 확률로 본인과 절반 일치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 개의 HLA 유전자(예를 들어 HLA-A)에 한정한 이야기입니다.
단일 HLA 유전자의 부모자식/형제간 일치도
- 부부 사이는 유전적으로 남남이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일치도가 매우 낮음
- 부모와 자식간은 무조건 절반이 일치
- 형제끼리는 50% 확률로 절반이 일치, 25% 확률로 완전히 일치하거나 완전히 다름
4. HLA class II
HLA class II는 HLA class I과 다른 역할을 수행합니다. HLA class II는 외래 감염원의 항원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주로 항원제시세포(antigen presenting cell)이 그 역할을 수행합니다. 항원제시세포는 대식세포macrophage, 단구monocyte, 과립구granulocyte,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 B세포 등의 면역세포가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세포들은 외래 항원(박테리아, 진균, 바이러스 등)을 포식한 뒤 세포질에서 감염원의 단백질을 분해, 세포 표면에 제시하여 헬퍼T세포 (CD4+ helper T cell, Th)에게 전달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적응면역(adaptive immunity)가 활성화되고 항체를 분비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림 출처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immu.2019.01081/full
5. 요약
오늘은 한 장의 표로 요약하겠습니다.
즐거운 공부 되세요.
감사합니다.
'공부 > 생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TRE promoter 구조와 원리 (Tet-on, Tet-off) doxycycline (tetracycline) inducible gene (2) | 2022.07.22 |
---|---|
HEK293, HEK293T, HEK293FT, HEK293A 세포주(cell line)의 차이 (8) | 2021.01.12 |
Transformation, transfection, transduction의 차이와 정의 (형질전환, 형질주입, 형질도입) (1) | 2021.01.05 |
줄기세포의 정의와 종류 그리고 분류 – 전능성/만능성/다능성 줄기세포와 배아/성체줄기세포 (0) | 2020.09.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