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본 글은 향후 주식 전망 혹은 주가 등에 대한 분석이 아닌 기업이 제시하는 기술(상품)에 대한 비전문가인 개인의 분석 혹은 의견임을 밝힙니다 ※ |
코로나 치료제 관련 테마주가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는 중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대웅/대웅제약의 니클로사마이드(DWRX2003)에 대해서 다뤘었는데요 (https://bioinvest.tistory.com/1), 오늘은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피라맥스는 최근 임상2상에 돌입하면서 신풍제약의 주가를 저 세상으로 보내버리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 신풍제약의 주가는 5천원에서 1만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에 테마주로 자리매김하면서 지금은 5만원을 훌쩍 뛰어넘어 오늘은 6만원에 안착해버렸습니다. 흠, 그런데 과연 신풍제약의 피라맥스는 이정도의 가치로 평가받을 만큼 믿음직스러운 의약품이 맞는 걸까요?
1. 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
한 동안 코로나를 평정할 것처럼 세상을 호령하던 의약품이 있습니다. 트럼프가 그렇게도 찬양하던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이 그 주인공 입니다. 한 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달궜지만 지금은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임상적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음이 보고됨에 따라 진행중인 관련 제약사의 임상 시험도 모두 중지된 상태입니다.
트럼프는 과연 아무 근거도 없이 클로로퀸이 코로나를 치료할 수 있다고 떠들고 다녔던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현재 FDA의 긴급승인으로 위급한 환자에 사용되고 있는 렘데시비르(remdesivir) 보다 50배 이상의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이러한 결과는 유수의 논문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문제는 세포실험(in vitro)과 동물실험(in vivo)에서 보이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인간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얼마전에 대웅제약의 니클로사마이드(DWRX2003)를 발굴했던 파스퇴르 연구소의 논문을 다시 확인해보면 양성 대조군(positive control)로 렘데시비르(remdesivir)와 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사용합니다. 이 실험 결과에서도 다른 여타의 논문과 마찬가지로 클로로퀸이 렘데시비르에 비해 50배 가량 높은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세포 실험 결과, 동물 실험 결과는 임상시험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세포 실험, 동물 실험 결과로 '이 약이 성공한다!'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사기꾼입니다. 멀리 하시는게 좋아요.
2. 피라맥스 (성분명 피로나리딘pyronaridine, 알테수네이트artesunate)
피라맥스는 2011년 신풍제약이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말라리아 치료제입니다. 피로나리딘과 알테수네이트가 3:1의 고정비로 혼합된 혼합제제이며 말라리아에 대해서는 타사의 제품보다 월등히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데다 클로로퀸에 비해서 부작용은 더 적기 때문에 WHO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용을 권장하는 의약품입니다. 다시 말해 본 의약품도 약물재창출(drug-repurposing)의 결과라는 말이며 과거에 FDA승인을 받은 제품이며 10여년 동안 사용되면서 안정성이 검증되었기 때문에 임상1상(안정성 평가)을 통과하고 바로 임상2상을 진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신풍제약, 말라리아약 '피라맥스' 코로나19 임상 2상 승인
https://www.yna.co.kr/view/AKR20200513145900017?input=1195m
피라맥스의 임상2상 진입. 1상은 이미 해결하고 시작하는 치트키를 사용했다
한편, 말라리아 치료제라는 부분에서 눈치채셨겠지만 피라맥스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피로나리딘은 클로로퀸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며, 동일한 기전을 통해 말라리아 유충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클로로퀸이 COVID-19에 효과를 보이는 항바이러스 효과가 피라맥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신풍제약이 피라맥스를 COVID-19 치료제로서 주장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그 근거를 살펴볼까요?
- 클로로퀸과 마찬가지로 COVID-19에 대한 효과적인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임
-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되었음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첫 번째 이유는 이제 더 이상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이유는 어떨까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는 2019년에 출판된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Lane TR, Massey C, Comer JE, AnantpadmaM, Freundlich JS, Davey RA, et al. (2019) Repurposing the antimalarial pyronaridine tetraphosphate to protect against Ebola virus infection. PLoSNegl Trop Dis 13(11): e0007890.) 해당 논문에서는 인간 세포주(HeLa cell)과 동물(mice)에서 피라맥스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및 증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자궁경부암세포주인 HeLa cell에서는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이지만 원숭이 세포주인 Vero cell에서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서 연구진은 바이러스에 대한 1)세포 특이적인 감염기전과 2)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인터페론 감마(interferon-gamma) 신호전달 시스템의 유무로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1)세포 특이적 감염기전
먼저 세포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은 감기 바이러스를 예로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감기 바이러스는 인간의 몸에 침투할 때 기도의 상피세포(tracheal epithelial cell)을 감염시키는데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수용체를 상피세포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바이러스는 그 종에 따라 각기 다른 막 단백질(spike protein)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막 단백질과 반응할 수 있는 수용체를 가진 세포가 만났을 때 세포막과 바이러스의 융합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포주에 따라 바이러스의 반응성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이 내용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티라맥스가 효과를 보이더라도 다른 감염 기전을 가진 COVID-19에게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느냐는 의문으로 귀결됩니다.
2)염증성 사이토카인 신호
본 논문에서 피라맥스(피로나리딘)의 항바이러스 기전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근거는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케모카인의 분비량입니다. 염증은 지난 포스팅에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 몸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필수적인 생리적 방어체계인데, 본 연구진은 피로나리딘이 바이러스의 역가는 크게 감소시켰지만 사이토카인 분비는 그에 상응할 만큼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높게 유지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COVID-19에 대한 치료 옵션 중 하나가 인터페론 감마를 투여하는 것이었으니 말이 되는 기전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염증 반응이 치명적이라 항염증제를 처리하는 상황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약을 사용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싶기도 합니다. 현재로서는 COVID-19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증상을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release syndrome, CRS)로 보고 중증환자에 대한 항염증제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사용이 긴급승인된 상황인 만큼 염증을 일으켜서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메카니즘이 주요 작용 기전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사용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종합해보면 '티라맥스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라는 주장은 결국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가 가장 중요한 근거로 작용하는데 정작 해당 논문에서도 어떠한 기전에 의해 항바이러스 효과가 나타나는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명확합니다. 클로로퀸 역시 임상시험 이전까지는 매우 유망했었던 만큼 피라맥스가 COVID-19에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3. 가능성
피라맥스는 종합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성공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높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 인데요.
- 피라맥스는 클로로퀸과 유사한 말라리아 치료제의 일종이며, 클로로퀸은 임상적으로 효과가 없었다
- 피라맥스의 항바이러스 기전은 여전히 불명확하며 오히려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 피라맥스가 COVID-19에 효과가 없다는 결과를 보고한 논문이 존재한다
앞서 두 가지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했으니 마지막 내용에 대해서 덧붙이겠습니다. 2020년 4월에 게재된 논문(Bernhard Ellinger, et al., 2020, Drug Discovery, Design, & Development, Identification of inhibitors of SARS-CoV-2 in-vitro cellular toxicity in human (Caco-2) cells using a large scale drug repurposing collection)에서는 5632개 화합물에 대한 drug-repurposing screening을 수행했습니다. 해당 논문에서는 인간 결장세포주(Caco-2 cell)를 사용했고 그 결과 64개의 활성물질을 발견했고 그 중 37개는 의약품으로 판매중이며, 19개는 임상시험, 10개는 비임상시험을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이 연구진의 스크리닝 기법이 꽤 믿음직하다는 방증이 될 겁니다.
본 논문에서는 6개의 화합물이 최종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COVID-19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amostat, nafamostat, lopinavir, mefloquine, papaverine, cetylpyridinium 이 그것이고, 이 중에서 camostat (대웅제약 호이스타정), nafamostat (제일약품, 종근당, 동국제약 등)는 임상시험을 돌입하면서 일부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름을 들어보셨을겁니다.
반면 chloroquine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dose dependent viral inhibition was not observed with the reference compund, chloroquine) 유사체인 hydroxychloroquine, chloroquine diphosphate, tafenoquine, amodiaquine 역시 비활성, 오로지 mefloquine만 낮은 활성을 보였습니다. 또 다른 말라이아 치료제의 일종인 lumefantrine, primaquine 도 COVID-19에 대해서 아무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를 종합해봤을 때 in vitro 실험에서의 클로로퀸의 효과 역시 실험 조건에 따라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으며, 현재 알려진 다른 후보물질에 비해서 말라리아 치료제 계열의 물질들은 상대적으로 효과에 대한 의문을 품기 충분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모든 논문에서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는 것은 TMPRSS2입니다. COVID-19의 세포 감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TMPRSS2 저해제가 치료제로 크게 주목 받고 있으며 국내 제약사도 임상시험을 준비하거나 진행하고 있습니다. camostat와 nafamostat가 바로 이 후보물질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4. 마치며
세포 및 동물 실험 결과로 임상시험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이론적인 토대가 부족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부정적인 전망을 할 수 있을 만한 정황이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데이터와 피라맥스의 성격을 봤을 때 결국 COVID-19 치료제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이론적으로는 희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풍제약은 코로나 이전에 5천원에서 1만원 사이의 주가를 유지하던 기업이었습니다. 지금의 주가가 비이성적인 과열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을 분들이 없겠지만 이 정도 주가에도 여전히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투자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기술적인 차트분석으로 상승 모멘텀에 기대 투자하는 것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이 회사가 제시하는 피라맥스의 비전을 믿고 투자하시려는 투자자께서는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신풍제약/신풍제약우 주식을 보유하고 계신 분들께는 상황을 관망하며 성공을 기원하시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신규 매수자가 치료제 성공에 베팅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도박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신풍제약은 주식이 아니라 코인이라고 생각하십시오
한동안 코로나와 관련된 내용 위주로 포스팅을 작성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도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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