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본 글은 향후 주식 전망 혹은 주가 등에 대한 분석이 아닌 기업이 제시하는 기술(상품)에 대한 비전문가인 개인의 분석 혹은 의견임을 밝힙니다 ※ |
안녕하세요, 카모스타트 포스팅을 작성하던 도중에 모더나 (Moderna Inc, NASDAQ: MRNA)의 시황이 워낙 흥미진진해서 짧게 포스팅을 작성하려고 합니다.
1. 모더나와 OWS
모더나는 미국의 제약사로 RNA백신 개발을 주업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전세계에 그 이름을 떨친 건 다름아닌 이번 COVID-19 판데믹 사태 때문이었는데요, 트럼프 행정부의 ‘Operation Warp Speed (OWS)’에 포함되면서 였습니다.
Operation Warp Speed는 말 그대로 워프하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연방 정부 차원에서 사기업에 막대한 자금과 행정력을 지원해서 COVID-19 백신을 개발하는 계획입니다.
이 막대한 지원의 수혜자는
- 존슨앤존슨 (Johnson & Johnson, NYSE: JNJ)
- 아스트라제네카 (AstraZeneca, NYSE: AZN)
- 화이자-바이오엔텍 (Pfizer-BioNTech, NYSE: PFE, NASDAQ: BNTX)
- 모더나 (Moderna, NASDAQ: MRNA)
- 머크 (Merck, NYSE: MRK)
- 백사트 (Vaxart, NASDAQ: VXRT)
- 이노비오 (Inovio, NASDAQ: INO)
- 노바백스 (Novavax, NASDAQ: NVAX)
이 기업들입니다. 일부 종목들은 이 발표를 기점으로 엄청난 주가 상승이 있었고, 최근에는 임상 결과가 하나둘 발표되며 기대감을 더욱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이 OWS의 수혜 기업들을 보면 기존의 대형 제약사인 존슨앤존슨,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머크와 함께 스타트업에 가까운 모더나, 백사트, 이노비오, 노바백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기업들의 아이템에 대해서 오늘 모두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스타트업이 이런 대형 프로젝트에 지원을 받게 된 계기는 명확합니다.
기존의 백신개발 방법으로는 COVID-19의 팬더믹 상황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잠시 백신에 대해서 다룬 적이 있었는데요 (https://bioinvest.tistory.com/3), 그 때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기존의 백신개발은 바이러스를 백신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약독화하는 과정이 필연적이고 이러한 과정은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RNA 백신, DNA 백신, 재조합 단백질 백신 등의 기술을 사용한다면 기존의 기술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빠르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RNA 백신과 DNA 백신은 항원 역할을 해줄 바이러스의 특정 서열만 알 수 있다면 즉시 합성하여 투여할 수 있기 때문에 SARS-Cov2의 전체 서열이 밝혀지는 순간 곧바로 백신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죠.
모더나는 이 중에서 RNA백신 개발에 있어서 선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입니다.
2. RNA vaccine 기술
RNA 백신은 전통적인 백신의 형태와는 사뭇 다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통적인 형태의 백신은 병원체(바이러스 등)를 약화 시켜서 사용하는데, 쉽게 생각하자면 병원체의 시체를 주입 받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 몸은 병원체(죽었든 살았든)의 침입을 확인하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면역체계가 활성화됩니다. 많은 면역세포가 관여하지만 특히 대식세포(macrophage) 혹은 T세포(T lymphocyte)가 초기 면역반응에 관여합니다. 이들이 병원체를 제거하면서 우리 몸은 병원체의 특징적인 분자 구조를 확인하게 되는데 이를 ‘항원(antigen)’이라고 합니다.
면역세포는 인식한 항원을 B세포(B lymphocyte)에게 보여주고 B세포는 인식한 항원에 특이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항체를 분비할 수 있도록 유전자의 재조합이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이 체세포 유전자 재조합(somatic recombination)이라고 불리는 오로지 면역세포에서만 보이는 특이적인 기전으로, 이 과정을 통해서 생성되는 항체는 오로지 인식한 항원에만 결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항체를 형성할 수 있게 된 성숙한 B세포는 기억세포(memory B cell)혹은 항체 생성전문세포인 플라스마세포(plasma cell)로 분화하여 림프절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향후에 우리가 진짜로 질병에 감염되었을 때 빠르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백신 주입 → 면역세포 인식 → B세포에 전달 → 중화항체 및 기억세포 형성 → 감염시 빠른 면역활성화로 질병 극복
RNA 백신은 이 과정에서 항원을 제시하는 첫 번째 방법에서의 혁신입니다. 핵산을 백신에 이용하는 방법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는데 최초의 보고는 1990년대 마우스에 주입했을 때 면역반응이 발생함을 확인한 실험입니다 (Wolff JA, Malone RW, Williams P, et al. Direct gene transfer into mouse muscle in vivo. Science 1990; 247: 1465-8.) 이를 통해 DNA/RNA가 백신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많은 시도들이 있었는데 초기 실험결과에서는 원하는 수준의 면역반응을 이끌어낼 수 없었습니다. RNA와 DNA를 세포에 전달하는 과정의 효율성 문제와 만들어지는 병원체 항원의 양이 생각보다 적어서 면역이 생길 만큼 충분히 활설화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한동안은 RNA백신이 기존 약독화 백신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면역반응을 활성화할 수 있는 유전자 코드의 삽입이나 (genetic adjuvant) 불안정한 핵산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전달 방법의 개선 (lipid nanoparticle, chemically modified nucleic acid, etc.) 등의 시도 끝에 오늘날 mRNA백신이라는 도전이 있을 수 있게 됐습니다.
모더나는 미국 내에서 100개 이상의 mRNA 백신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수백개의 출원 중인 특허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 특허들은 mRNA의 디자인 부터 mRNA의 전달, 응용 등에 이르는 RNA백신 전반에 걸친 기술적 특허입니다. 현재까지 최종 승인을 받고 시판되는 mRNA vaccine은 없는 상태지만 동물실험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실험과 검증이 있었던 만큼 현재 모더나의 성공 가능성은 그리 낮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모더나의 특허 정보는 google patent[https://www.google.com/?tbm=pts]에서 moderna를 검색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임상 1상 결과와 의혹, 주가 동향
이렇듯 모더나는 RNA백신을 선도하는 업체로서 OWS에 선정되었고 RNA백신이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임상 시험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5월,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했는데요.
결과는 굉장히 긍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주가가 먼저 급하게 치솟고나서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 RNA백신을 투여받은 45명의 피험자는 모두 항체형성이 확인되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중에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를 형성한 피험자는 8명이다
- 백신 투여 후 2주 시점에서의 항체형성확인이 지나치게 빠른 타이밍이며 이 시점에서 항체가 형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유지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중화항체의 형성으로 백신의 성공가능성은 어느정도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데이터가 부재한 상황에서 CEO의 인터뷰만으로 보고된 내용인지라 이러한 의혹은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주가는 87달러에서 70달러 선으로 급락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모더나의 고위급 인사들의 대량의 주식 처분이 밝혀지면서 Pump and dump (주가 부양 후 패대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집니다.
MIT Technology Review
MIT테크리뷰 ‘모더나의 결과는 희망적이지만… 응?’
Business Insider 모더나 내부자들은 올 한해 8900만 달러 (한화 1000억) 이상의 차익을 챙겼다
솔직히 내부자들의 주식 대량 매도만 아니었어도 이렇게까지 의심 받지는 않았을 것. insider trading 정보를 확인해보면 cheif급의 인사들이 주식으로 벌어들인 돈은 최소 수백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의혹으로 주가는 60달러 대에서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며 박스권에서 횡보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바로 어제 미국기준 장마감 직전 모더나의 깜짝 발표가 있었습니다. 임상 1상의 연구결과를 국제적으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NEJM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했다는 것인데요, 지금까지 투명하지 않은 데이터의 공개로 인해 의혹에 시달리던 차에 해당 뉴스는 모더나를 시외가로 자그마치 20% 이상 상승시키는 놀라운 효과를 보여줍니다. (참고로 NEJM에 게재되었다는 것은 세계 정상급 과학자들의 검증peer review를 마쳤다는 의미이니 데이터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말로 이해하면 됩니다)
근데 사실 오늘 발표된 데이터는 임상 1상 결과이기 때문에 ‘의심’을 제외하곤 주가에 반영된 상태라는 거였습니다. 이 때문에 주가 상승을 외치는 bulls 는 ‘100$ 가자!’라는 소리를 하고 하락을 외치는 bears 들은 ‘이미 반영된 호재로 뭐하는 거냐 어차피 제 자리로 돌아온다’를 외치는 중입니다.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bears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의혹은 어느정도 해결되었으나 여전히 소수의 인원에 대해서 시행한 임상 1상의 데이터이고 발표한 데이터의 피험자 나이대가 18-55세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 등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4. 모더나, 지금이라도 투자할 만한 기업일까
모더나는 OWS의 최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기업이고 아무리 데이터로 왈가왈부하더라도 전세계의 어느 회사보다 빨리 코로나 백신을 시판할 가능성이 높은 회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 억지로라도 부작용을 감수하고 시판 시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FDA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치기 전까지 절대로 백신을 승인하지 않겠다 못박았으니 모더나의 승리는 절대로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 모더나의 성공 가능성은 높은 편이나 최종 결론은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며 지금까지 발표한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하자면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 혹은 화이자-바이오엔텍 쪽의 백신이 더 높은 품질을 보일 것으로 기대됨
- 경영진의 자기 주식 매각 행위가 언제 또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존재하며 이러한 불안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
- RNA vaccine은 현재까지 FDA의 승인을 받은 제품이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영역임
- SARS-Cov, MERS-Cov와 같은 기존의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도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은 상태 (다만 이 때는 지금처럼 pandemic이라고 할 만큼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발이 더디게 진행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음)
- 경쟁업체의 백신이 더 높은 품질을 보일 경우 주가 심한 영향을 받을 수 있음
결론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매수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만약 60-70달러 선까지 조정을 받고 횡보하는 양상을 보인다면 임상 3상 진입과 그 결과 발표에 의해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매우 큰 상태입니다.
5. 마치며
모더나는 사실 COVID-19용 RNA백신 (mRNA-1273) 외에도 꽤 많은 수의 파이프라인을 자체 보유하고 있거나 협업을 통해서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고 만약 이번 기회에 RNA vaccine의 가능성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pipeline에 큰 힘을 실어주게 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인류가 마주하게 될 또 다른 pandemic 상황에서 다시 주도적으로 활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COVID-19 vaccine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심하게 pumping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를 하기에 적합한 상황은 아닌 것 같지만 성공이든 실패든 COVID-19 vaccine 개발이 끝나게 되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글 마치겠습니다.
혹시 포스팅 내용 중 틀린 내용이 있거나 정정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국내외 개별기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일제약/화일약품/대원제약 코로나 치료제 덱사메타손 관련주 합리적으로 바라보기 (5) | 2020.07.22 |
---|---|
일양약품/일양약품우 코로나 치료제 슈펙트(라도티닙)에 대한 과학적 고찰 (6) | 2020.07.21 |
대웅/대웅제약 유력 코로나 치료제 카모스타트에 대한 과학적 고찰 (8) | 2020.07.20 |
신풍제약/신풍제약우 코로나 치료제 피라맥스에 대한 과학적 고찰 (7) | 2020.07.13 |
대웅/대웅제약 코로나 치료제 니클로사마이드(DWRX2003)에 대한 과학적 고찰 (10) | 2020.07.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