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본 글은 향후 주식 전망 혹은 주가 등에 대한 분석이 아닌 기업이 제시하는 기술(상품)에 대한 비전문가인 개인의 분석 혹은 의견임을 밝힙니다 ※ |
안녕하세요, 지난 포스팅에서는 메디프론 치매진단키트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이번에는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피플바이오/수젠텍(DGIST)/메디프론의 치매진단키트에 대해서 개발 현황에 대해 알아보고 과학적인 기반에 대해 비교해보겠습니다.
1.국내외 치매 진단키트 시장
일단 치매 ‘진단키트’ 시장이라고 불릴 만한 것은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진단키트가 상용화된 제품이 없고 시장에 등장한 적이 없기 때문이죠. 대신 치매 환자와 치매 치료제 시장의 규모는 모두 예상하듯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급격히 상승하게 될 것임이 자명해 보입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역설적이게도 늘어난 수명 탓에 노인성 질환은 더 빈번하게 발생하게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암과 치매, 당뇨 그리고 많은 퇴행성 질환이 사회에 더더욱 큰 부담이 될 것 입니다.
치매는 치매 환자의 치료 뿐만 아니라 부대적인 사회비용을 발생시킵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한 간병인이나 가족의 정신적 고통과 사회 활동 참여의 제한, 환자 본인에 대한 치료비와 장기요양비 등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됩니다. 이 규모는 현재 GDP의 1% 규모이고 앞으로 그 비중은 더 확대될 전망입니다. 국방비가 GDP대비 2-3% 정도인 걸 감안할 때 얼마나 큰 금액이 지출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치매 조기 진단은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수단이기 때문에 그 중요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2. 국내 치매진단키트 개발 현황
국내에서는 치매 진단키트를 개발한다고 알려져 있는 기업을 세 곳으로 압축해볼 수 있습니다. 피플바이오, 메디프론 (퀀타매트릭스), DGIST(수젠텍) 입니다. 각 회사의 기술에 대해서 좀 더 심층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1) 피플바이오 (올해 상장 예정)
Google patent에서 지적재산권을 검색했을 때 알츠하이머에 관한 12개의 검색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데 동일한 제목이 여러 개 보입니다. 피플바이오가 2000년대 초반에 연구했다고 밝힌 광우병 관련 진단 키트 (변형 프리온 단백질 검출 키트) 관련 특허 내용과 동일한 항목을 제외하면 아래와 같은 목록이 남습니다.
- Method for Differentially Detecting a Multimeric Form from a Monomeric Form of Multimer-Forming Polypeptides Through Three-Dimensional Interactions
- Method for differentially detecting multimeric form from monomeric form of multimer-forming polypeptides
- Method for Differentially Detecting a Multimeric Form from a Monomeric Form of Multimer-Forming Polypeptides in Blood Samples
- Method for Detecting Aggregate Form of Aggregate-Forming Polypeptides
- Methods for decreasing false signals in immunoassay to detect a multimeric form from a monomeric form of multimer-forming polypeptides
갑자기 영어가 많이 나왔지만 당황하지 마시고 굵은 글씨를 봐주세요. 모든 특허가 “multimeric peptide (다중결합 단백질)” 검출 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걸 알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키트를 개발한다고 했는데 왜 다중결합 단백질 검출 기술 같은 것만 가지고 있는 걸까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베타 42 단백질 (amyloid beta 42, Ab42)는 한 개의 단백질로 이루어진 상태의 단량체(monomer)에서는 독성이 강하지 않지만 여러 개가 뭉친 multimer 형태에서는 독성이 점점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진행 정도를 Ab42 multimer (또는 oligomer)의 농도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거죠. 따라서 정상 상태에서도 존재할 수 있는 단량체가 아닌 다량체만 선택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던 겁니다. 피플바이오는 이러한 접근으로 광우병에서 진단 키트를 개발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알츠하이머성 치매에서도 비슷한 접근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논리적 결함이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이야기지만 두 가지 면에서 이러한 형태의 진단기술은 한계를 가지게 됩니다.
- 첫 번째로 Ab42만으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진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는 대부분 높은 농도의 혈중 Ab42 다량체를 가지고 있지만 Ab42 다량체의 농도가 높은 사람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가지고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반대로 Ab42 다량체의 양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중증 치매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혼선이 있는 이유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병인이 아직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지표가 아직까지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전제가 부실하다는 거죠.
- 두 번째 이유는 단일표지자의 한계입니다. 이전 메디프론 관련 포스팅에서도 설명했는데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는 보통 “A이면 B다”라는 게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첫 번째 이유와 비슷하지만 이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Ab42가 확실한 표지인자라고 가정하더라도 Ab42의 농도를 결정짓는 요인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많은 변수에 의해 Ab42의 농도는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간수치를 검사할 때 AST, ALT, ALP 등 다양한 지표를 보는게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COVID-19 처럼 바이러스라는 확실한 질병의 원인이 존재한다면 진단키트의 개발은 굉장히 쉽습니다. 바이러스를 검출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검출하든,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검출하든 상관없이 어떤 수단을 이용해서라도 검출하기만 하면 끝입니다.
바이러스의 존재가 COVID-19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보균자를 격리할 수 있죠. 병의 정도나 진행 여부 등은 이 과정에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반면 암이나 치매 같은 질병들은 다양한 유전적 환경적 인자에 의해 질병의 진행이나 발병 여부 등이 결정됩니다. 이 결정적인 차이가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방법에도 지대하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피플바이오의 진단키트는 O/X 질문에는 유용할지 모르나 치매와 같은 다인성 질병의 진단에 있어서는 신뢰성에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 부분이 보완되지 않는다면 진단 키트로서의 활용은 꽤 많은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습니다.
2) DGIST (기술 이전 상대는 수젠텍?)
두 번째 후보는 DGIST입니다. DGIST는 콧물에서 Ab 응집체를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올해 임상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연구진은 3년 간의 cohort 분석 (추적관찰)을 통해서 콧물에서 검출된 Ab42 응집체의 양이 높을수록 3년 뒤 인지기능 저하가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을 밝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치매 진단 키트를 개발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아이포커스, DGIST 콧물 검사로 알츠하이머성 치매 조기 진단 개념으로 신기술 개발
http://www.ifocus.kr/news/articleView.html?idxno=200331
DGIST의 문제일 교수 연구팀은 콧물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핵심 바이오마커인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 발현량을 측정함으로써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기술 이전을 통해 제약사와 공동으로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2018년 기사를 보면 수젠텍(253840)에서 해당 기술을 가지고 진단 키트 개발을 착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뭔가 문제가 있던건지 2018년 이후에는 수젠텍이 더 이상 언급되지 않고 DGIST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뉴스만 있습니다. 수젠텍 홈페이지에서도 딱히 공시된 내용 따위가 전혀 없어서 현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건지는 알 길이 없네요.
출처: 수젠텍, 콧물로 치매 조기진단, 진단시스템 개발 착수 (2018년)
https://sugentech.com/KOR/support/news/board-view.php?target=14&page=3
2018년 당시 수젠텍은 콧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키트를 개발한다고 발표했으나 그 이후에는 보도된 바가 없다.
연구진이 Scientific report에 게재했다고 밝힌 논문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본 논문에서는 콧물에서 Ab 다량체를 검출하는데 성공했고 검출된 Ab 다량체의 농도가 치매 증상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Normal은 정상인, pAD (probable Alzheimer’s dementia) 알츠하이머성 치매 의심 그룹으로 나눠 콧물에서 Ab 다량체를 검출했고, 그 결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단일 표지 인자를 활용한 진단의 한계점에서 예시를 들어 보여드린 그림처럼 위양성/위음성으로 나올 수 있는 개인이 보이는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룹 간에는 차이가 있지만, 개인 간에는 뚜렷하지 않다는 점, 다시 말씀 드리지만 진단 키트로서의 한계점을 보이는 지점입니다.
최종적으로 연구진은 3년 간 인지기능 검사 등을 통해서 연구진이 콧물에서 측정한 Ab oligomer와 인지기능 저해와의 상관관계를 증명했습니다. 분명 과학적으로는 의미가 있는 결과입니다. 지금까지 혈액에서 Ab oligomer가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까지는 존재했지만 콧물 같은 체액에서도 검출 될 수 있다는 것은 최초로 밝혀진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발견일지는 몰라도 이 기술이 진단키트로 응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유는 피플바이오 진단키트와 동일합니다. 이 둘의 차이점은 오로지 혈액에서 검출하느냐 콧물에서 검출하느냐의 차이입니다.
피플바이오는 단량체는 검출하지 않고 다량체만 선택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지고, DGIST의 연구 결과는 채혈 조차도 필요 없는 완전한 비침습적 방법이라는 점에서 강점을 가집니다.
DGIST의 진단키트는 DGIST에서 준비한 자료를 보면 뭘 의도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DGIST는 완전한 진단키트가 아닌 ‘집에서 혼자 수행할 수 있는’ 진단 키트의 개발일 것입니다. 혈액을 뽑는 일은 병원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이루지는 일이지만 집에서는 어떨까요? 면허가 있어도 집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정말로 한 두 방울의 혈액만 필요하다면 모를까, 채혈이 필요한 검사는 집에서 혼자 수행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반면 콧물을 검체로 사용한다면 누구나 집에서 수행할 수 있죠.
치매검사를 집에서 수시로 할 것인가가 의문이기는 하지만, 일단 이러한 관점에서는 확실하게 어느 기업이나 연구진에서도 가지지 못한 절대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기술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3) 메디프론 (코스닥 065650)
메디프론은 지난 포스팅에서 다뤘던 만큼 굳이 길게 다를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난 포스팅을 참고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2020/07/29 - [국내외 개별기업] - 메디프론/퀀타매트릭스 치매 조기 진단 키트 이번엔 정말 나오는걸까
간략히 요약하자면 메디프론은 다중 바이오마커 진단법을 선택한 점이 가장 강력한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인성 질병에 대한 진단’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반드시 다중 바이오 마커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혈액을 검체로 사용한다는 점은 강점이지만 혈액에서 Ab oligomer 등이 검출된다는 사실과 이를 이용해서 진단 키트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타진되어온 내용입니다. 다만 메디프론은 혈액 진단 키트이면서 동시에 단일 바이오마커가 아닌 다중 바이오마커를 검사할 수 있다는 것에서 다른 기업들과 차별점을 가지고 있고, 이 점이 검사의 정확도와 정밀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어떤 바이오마커를 사용해서 6가지의 기준을 구성했는지, 특별한 장비가 필요한지, 가격이 얼마나 될지 등 많은 부분이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진단 키트로서의 가능성은 메디프론의 진단키트가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은 유일한 제품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시장에 경쟁자가 없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3. 마치며
이상으로 국내에서 연구개발 중인 세 제품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저는 최종적으로 메디프론의 치매진단키트의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만일 다른 진단 키트에서도 다중 바이오마커를 이용한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메디프론의 키트가 독보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DGIST의 연구 성과는 분명 대단하지만 단일 바이오마커로는 진단의 신뢰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이 큰 문제고, 비침습적인 방법이라는 점도 과연 우리가 집에서 수시로 치매 검사를 하겠냐는 의문이 남아서 강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보통 건강검진을 하거나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하게 되면 혈구 수치에서부터 간수치, 혈중 콜레스테롤, 독성 화합물 검사, 암 표지인자 검사 등 모두 확인해줍니다. 혈액 한 튜브만 있으면 모두 검사할 수 있으니까요. 이 혈액을 가지고 치매 검사까지 진행한다고 생각해보면 딱히 채혈이라는 과정이 추가적인 절차라고 하기 보다는 기존의 검진 목록에 ‘치매 인자’가 포함된다는 느낌인데 저만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치매 진단키트가 신뢰성을 충분히 증명할 수만 있다면 지금의 간수치 검사처럼 매우 일반적인 검진 코스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제품은
피플바이오 < 수젠텍(DGIST) <<< 메디프론
일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상용화가 된 것이 아닌 만큼 제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기업에서 제공하는 정보나 뉴스 보도로 알려진 내용 이상의 것을 포함하기가 어렵습니다. 한정된 정보로 판단한 내용인 만큼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절대로 제가 제시하는 내용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단일 바이오마커를 사용한 진단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이지만 보도 자료에서는 90% 이상의 신뢰도라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90%면 진단키트로서 불합격입니다).
한 동안 코로나 얘기만 주구장창 하다가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니까 힘들긴 한데 재밌기도 하네요.
관심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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