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우리나라 바이오 업계에서 벤쳐 신화로도 불리던 메디톡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메디톡스는 최근에 각종 소송전과 허위공시 사건, 식약처 품목허가 취소, 미국 진출과 앨러간과의 관계 등 다양한 이슈에 얽혀 있었습니다.
누군가 말하길 주가가 아무리 오르락 내리락 하더라도 그 기업의 핵심가치나 투자 아이디어가 훼손되지 않는 한 주가는 결국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메디톡스는 이러한 논란들 속에서도 그 핵심자치가 여전히 견고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각 이슈에 대한 전망과 최종적으로 메디톡스의 핵심 가치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참고로 메디톡스는 흔히 보톡스라 불리는 보톨리눔 톡신 의약품을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했고, 그 덕분에 국내 시장에서는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주요 상품으로는 메디톡신, 이노톡스, 코어톡스 등의 보톨리눔 톡신 제재가 있고 그 외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상품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앞서 언급한 메디톡스가 안고 있는 리스크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순서는
- 글로벌 시장 진출과 관련 리스크
- 보톨리눔 톡신 균주 분쟁과 소송전
- 허위공시에 의한 오너리스크
입니다.
1. 글로벌 시장 진출
메디톡스는 출시 초기 앨러간의 보톡스 등 해외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보톡스 시장에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갔습니다. 하지만 2009년 휴젤, 2013년 대웅제약, 그 이후 휴온스, 종근당, 파마리서치바이오, 제테마 등의 후발주자에서 유사제품을 출시하면서 꾸준히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추세입니다.
메디톡스는 이후에 이노톡스 코어톡스 등의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비싼 가격과 낮은 수요로 시장 점유율 회복에는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경쟁업체가 건재한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때문에 메디톡스는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1) 미국진출과 앨러간 (allergan)
2013년 메디톡스는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의 독점적인 보톡스 생산 업체인 앨러간 (현재는 애브비AbbVie Inc에 인수, NYSE:ABBC)에 라이선스 아웃 형태로 기술을 수출했습니다. 앨러간은 임상3상 진행과 그 이후 판매를 담당하기로 했는데, 기대와는 다르게 2013년 계약 이후 최근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었습니다. 이들의 계약 이후 행보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13년 앨러간과 계약 채결
- 2014년 1월 반환 의무 없는 6500만 달러 계약금 수령
- 2014년 8월 1500만 달러 마일스톤 수령
- 2019년 앨러간/메디톡스 ITC에 대웅제약 제소
- 2020년 8월 2000만 달러 마일스톤 수령 (236억원)
앨러간이 미국의 보톡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메디톡스의 미국 시장 진입은 시장 경쟁자를 늘리는 꼴이라 일각에서는 앨러간이 의도적으로 메디톡스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실제로 계약 내용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일스톤은 상용화 성공 이후에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인데 계약금과 소액의 초기 마일스톤만 쥐어 주고 시간만 끌면서 독점 지위를 유지하면서 경쟁 제품의 시장 유입을 최대한 늦추고 있는 것이죠.
앨러간이 메디톡스에 지불한 금액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총 1억달러 (1200억원) 정도 입니다. 올해 8월, 앨러간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236억원의 마일스톤을 추가로 지불했는데, 이를 두고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앨러간이 메디톡스의 제품을 미국에 출시하기 위한 의지를 보였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만 이 금액이 앨러간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남습니다.
앨러간의 2019년 보톡스 매출 (net revenue)는 991.3 million USD, 대략 10억 달러인데요 (1조2천억원), 236억원은 앨러간의 보톡스 매출의 고작 2%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심지어 6년 만에 준 금액이니 그 동안 벌었던 돈에 비하면 0.5%도 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죠). 반독점법이 매우 강력한 미국에서 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독점 시장을 유지할 수 있다니 꽤나 매력적인 방법 아닌가요?
특히 주목해야할 앨러간의 행보 중 하나는 최근의 ITC일 것입니다. 2016년 후발주자인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미국 임상3상을 마무리하고 먼저 시판에 나서자 메디톡스는 소송전을 통해 대웅제약을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메디톡스가 제소했던 모든 국내외 소송에서 증거불충분 또는 무혐의 등으로 모두 패소/각하되는 결과를 맞게 됐습니다. 하지만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미국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자 2019년에는 앨러간이 나서게 됐는데, 이 재판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TC)에 제소된 건입니다. 앞선 많은 재판들과 다르게 ITC는 앨러간의 손을 들어줬고 대웅제약은 10년 판매 금지 처분을 권고 받게 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이러한 독점적 시장을 지속하기 위한 앨러간의 지난 행보를 봤을 때 과연 최근 236억원의 마일스톤을 지급한 것이 메디톡스의 상품을 서둘러 시판하기 위한 노력일까요? 아니면 시장 진입을 늦추기 위한 수단일까요? 이 문제는 이들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크게 다를 것입니다.
2) 중국시장 진출
미국시장 진출이 기약 없이 늦어지는 가운데 메디톡스는 중국진출을 서두른다고 말하고 있지만 몇 년째 중국의 허가를 반려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쟁사인 휴젤은 올해 3분기 중국 판매를 목전에 두고 있고 대웅제약 역시 중국에서 임상3상을 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해외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외의 경쟁 상황에서 혁신적인 상품성을 보이지 않는 이상 메디톡스의 성장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 메디톡스가 균주 출처를 두고 수많은 법정 공방에 나서는 것은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조바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2. 보톨리눔 톡신 균주 분쟁과 소송전
메디톡스는 2018년 최고점 80만원을 뒤로 최근에는 10만원대에서 거래될 만큼 주가가 많이 빠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는 대웅제약과의 보톡스 균주 소송전과 미국진출 불확실성 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ITC 예비판결에서 승소를 얻어내고, 고등법원에서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됨에 따라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호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불안요소들이 남아있습니다.
1) ITC 판결 이후 벌어질 일들
첫 번째로 ITC 이후에 예상되는 일들입니다. ITC 승리만 얻어내면 메디톡스의 승리로 천문학적인 배상을 받고 끝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대웅제약의 항고와 국내외 민사소송이 이어질 예정이고 여기서의 승패 역시 미리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양측의 근거와 입장차가 명확해 리스크가 남아있습니다.
ITC행정판사는 몇가지 이유를 들어 이 판결을 내렸습니다만, 이 판결은 미FDA와 국내 식약처가 염기서열, 포자형성능 등을 근거로 균주 출처에 분쟁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과 대조적인데, 이러한 판단이 나온 근거는 결국 ITC의 특수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ITC는 미국의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이 분쟁에서 앨러간의 이권을 대변하여 메디톡스/앨러간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입니다.
물론 ITC의 판단이 근거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ITC 판결의 결정적인 근거로 작용한 희소한 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의 일치 등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균주가 동일하다는 증거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포자형성능, 16s rRNA의 염기서열 차이 등 메디톡스에 불리한 증거는 채택하지 않았다는 점, 판결문에서 메디톡스가 아닌 앨러간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표현한 점 등이 향후 다른 재판에서 메디톡스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만은 아님을 짐작하게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웅제약의 미국 진출은 막게 되더라도 국내 사업 및 중국/동남아 등의 진출은 무산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대웅제약에게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휴젤/휴온스/종근당/제테마 등 많은 경쟁 업체가 그 빈 자리를 치고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이들과 또다시 소송전을 벌인다면 회사의 재정상황이 버텨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2)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
지난 2019년 5월 공익제보자에 의해 메디톡스의 무허가 원료를 사용한 메디톡신 제조 사실과 역가 시험 성적표 조작건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메디톡스의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메디톡신 50, 100, 150 단위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했으며 또 다른 핵심상품인 이노톡스에 대해 판매 및 제조업무 정지 3개월과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품목허가를 취소한 다는 것은 시장에서의 퇴출을 의미하기 때문에 메디톡스의 매출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메디톡스는 이에 곧바로 대전지법에 품목허가 취소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청구 소송을 진행했고 대전지법은 이를 받아들여 한 달간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효력을 정지하는 판결을 내렸고, 이어 8월 14일에 대전고등법원에서 이 판결을 인용함으로써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는 다시 한번 효력을 상실하게 됐습니다.
이 판결을 통해 일부 증권사는 메디톡스의 악재가 모두 해소되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일시적인 유예일 뿐 식약처의 품목허가 사실 자체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수적인 견해로는 여전히 큰 리스크를 떠안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대전지법과 고법에서는 메디톡신의 약물 역가 조작과 무허가 원료 사용은 사실이나 특별한 위해사실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품목허가는 가혹하다는 판결을 내렸는데, 이런 논리라면 코오롱의 인보사 역시 판매가 재개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코오롱 인보사 역시 무허가 원료인 HEK293 세포 사용으로 허가 취소와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상장폐지라는 결과를 맞이해야 했는데 인보사 역시 뚜렷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는 없었으니 그냥 사용해도 괜찮은건가요? 무허가 원료 사용과 역가 조작이 ‘써보니 괜찮았다’라는 이유로 용서 받는 건 일반인인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판단입니다.
3. 허위공시에 의한 오너리스크
메디톡스의 정현호 회장은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처분에 대한 허위공시를 한 혐의를 수사 받고 있습니다. 이는 법무법인 오킴스가 소액주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로, 임직원 인센티브 명목으로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가 처분된 것으로 공시된 시점 이후에 실재로 보유 주식수에 변동이 발생한 임원이 전무하다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처분된 100억원 상당의 자사주가 어디에 유용되었는가에 따라 횡령/배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자칫 잘못하면 상장폐지의 리스크를 떠안게 될 수도 있습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42710310430477
최근에는 관련 소식이 더 이상 보도되고 있지 않고, 오킴스 측에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4. 향후 전망
아직 제대로 해소되지 않는 많은 악재에도 정현호 회장을 비롯한 내부 관계자들의 장내매수가 꾸준히 공시되면서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오너의 자세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거액의 자사주를 확보하는 데에는 그만한 자신감과 근거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전고점인 80만원에 다시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강성주주들도 여전히 많고, 신규 투자자 역시 유입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메디톡스는 최근 유상증자와 무상증자 계획을 밝혀 회사의 재정상황이 얼마나 악화되었는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 데다가, 2분기 실적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하며 적자를 기록해 앞으로 지금 같은 소송전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경쟁사가 실제로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시장의 모든 경쟁자를 제거할 때까지 회사가 버틸 수 있을까요? 메디톡스는 소송전을 지속해나가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급선무인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인 결론으로는
1) 미국진출은 지금으로서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앨러간은 메디톡스의 공시자료에서도 당당히 ‘경쟁업체‘로 표기할 만큼 국제적인 무대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기업입니다. 거기에 더해 메디톡스가 보유하고 있는 위스콘신 대학의 Hall A Hyper 균주는 앨러간이 사용하고 있는 균주와 동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과연 앨러간이 우호적으로 메디톡스의 미국 판로를 열어줄 지는 미지수입니다.
2) 저는 개인적으로 메디톡스가 균주 분쟁에서는 최종적인 승자가 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의 판단이 가능한 실험적 증거들이 존재하는 이상 결국 완전한 승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소송전을 지속하는 것이 과연 회사에 이로운 일인가 의심이 듭니다.
3)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허위공시에 대한 소송 역시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 않고 있고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실 대수롭지 않은 일일수도 있지만 내부 사정을 알 수 없는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보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톡스 사업은 여전히 높은 시장성이 있습니다. 소송전에 소모되는 비용으로 인한 경영악화만 아니라면 충분히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일지도 모릅니다.
5) 결국 단기전으로는 유망하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 보입니다. ITC 승소가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유상증자/무상증자 실행 이후에 단기적인 투자로 진입하는 것은 고려해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회사의 경영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사업 내용 자체보다는 기업이 안고 있는 리스크에 대해 논했기 때문에 다소 부정적인 논조로 포스팅을 작성한 것 같습니다. 확실히 지금으로써는 썩 매력적인 투자처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메디톡스가 법정 공방전보다 경영 정상화에 더 노력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장폐지되지만 않는다면 아마 꾸준히 우상향할 수 있는 기업, 메디톡스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작성한 포스팅 내용 중에서 틀린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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