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NYSE:MRK)는 미국 주식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한 번 쯤 들어보셨을 만한 미국의 대형 제약사입니다. 오늘은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머크의 치료제 후보물질 MK-4482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본 글은 향후 주식 전망 혹은 주가 등에 대한 분석이 아닌 기업이 제시하는 기술(상품)에 대한 비전문가인 개인의 분석 혹은 의견임을 밝힙니다 ※ |
1. 머크 (Merck and Co.)
머크는 시가총액 (market cap) 2140억 달러 (한화 약 254조, 참고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336조) 수준의 소위 말하는 ‘빅 파마(big pharma)’입니다. 머크 그룹은 독일의 Merck 가문으로부터 시작되어 13대 째 이어 경영하고 있는 현존 최장수 화학/제약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그만큼 많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시너지를 가질 수 있는 많은 기업들을 인수합병 (대표적으로 최근에는 미국의 시그마 알드리치 Sigma aldrich를 인수)하며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일 수 밖에 없지만 코로나 치료제 또는 백신을 개발하는 다른 빅파마들과 마찬가지로 머크 역시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과 관련하여 주가에 특징적인 변동이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크게 우상향하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최근에 코로나 여파로 빠졌던 주가도 다시 회복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코로나 테마주로 단기적인 수익을 노리는 분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겠지만 안정적인 배당수익과 함께 장기적인 가치투자 대상으로는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논하는 MK-4428은 사실 merck의 가치를 판단하는 어떤 지표가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공부하는 투자자 여러분들의 배경지식을 늘리기 위한 시간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2. 코로나 치료제 MK-4482
현재 코로나 백신의 경우 모더나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굵직굵직한 대형 제약사가 개발에 나선 상태입니다. 일라이 릴리 (Eli Lilly and Company, NYSE:LLY), 아스트라제네카 (AstraZeneca, NYSE: AZN), 화이자 (Pfizer, NYSE:PFE) 등이 그 예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제넥신과 같이 중소형 제약사에서도 코로나 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공에 근접한 key player 결국 big pharma 인 것임은 틀림 없습니다.
이와 다르게 치료제 분야는 길리어드 (Glead, NASDAQ:GILD)의 렘데시비르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중소형 제약사에서 개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백신에 비해 치료제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이 주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저분자화합물이나 약물재창출 같은 방법으로 전세계의 수많은 제약사가 비교적 쉽게 치료제 개발에 도전해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피터지는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일 수도 있구요. 그 와중에 머크가 치료제 개발에 끼어든 것은 어찌 보면 고무적인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사설은 이만 줄이고 머크의 코로나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머크의 코로나 치료제 후보물질인 MK-4482는 기존에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었던 약품으로 성분은 N4-hydroxycytidine 입니다. 혹시 생물학에 조예가 있으신 분은 ‘cytidine’이라는 부분에서 감이 오셨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이 약물은 nucleoside analog (핵산 유사체)에 해당하는 물질입니다.
N4-hydroxycytidine 은 RNA 의존적 RNA 합성효소 (RNA dependent RNA polymerase, RdRp)에 대한 저해재로 작용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RNA 바이러스인 SARS-Cov2가 복제하는 과정을 막는 것이죠. 지금 치료제로 승인되어 사용되고 있는 렘데비시르 역시 기전은 다르지만 이 복제효소를 저해함으로써 바이러스의 복제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치료효과를 보입니다.
결국 렘데시비르와 동일하게 바이러스의 복제를 저해하는 것이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작용 기전에 있습니다. 위에서 잠시 얘기했던 RNA의존적RNA합성효소 (줄여서 RdRp)는 바이러스의 RNA와 동일한 RNA 합성하는 효소인데요, 이 과정에는 재료(building block=nucleoside)와 에너지(ATP)가 필요합니다.
이 중에서 렘데시비르는 에너지인 ATP의 유사체로 RdRp에 결합하여 효소의 활성을 잃게 만들고, MK-4482와 같은 nucleoside 유사체는 원래 합성에 사용되어야 할 핵산 대신 끼어들어가 돌연변이를 만들고 RNA합성 과정을 저해하는 것입니다.
- 렘데시비르: nucleotide 유사체 (ATP 유사체) - RdRp 효소활성 억제
- MK-4482: nulceoside 유사체 (cytidine 유사체) - 돌연변이 유발로 바이러스 복제 에러 유도
3. 부작용
이렇게 다른 기전을 통해 동일한 결과를 낳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은 결국 약물 저항성의 문제 때문입니다. 한 가지 약으로 모두 치료된다면 정말 좋겠지만 아쉽게도 누군가에게 효과적인 약품이 누군가에게는 효과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렘데시비르가 치료제로 승인되어 사용되고 있고, 일선에서는 HIV 치료제 등을 병용하며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기존의 치료법이 통하지 않는 경우는 더러 있습니다. 지난 종근당의 나파모스타트 임상 케이스 리포트의 경우도 기존의 스탠다드 치료법이 전혀 효과가 없어서 나파모스타트와 카모스타트를 대체 요법으로 병용 처리하여 완치된 사례였습니다.
MK-4482와 유사한 핵산유사체 형태의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개발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고 시판되고 있는 제품도 많이 있습니다. 에이즈부터 간염에 이르기까지 각종 바이러스성 난치 질환들을 대상으로 약물이 개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신경 독성, 발암원성, 신장 독성, 근육병증 등이 부작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기존의 스탠다드 치료법이 듣지 않는 경우 선별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MK-4482가 주사제로만 사용할 수 있었던 렘데시비르와 달리 알약 형태로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부작용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게 될 것 같습니다.
4. 마치며
현재 승인되어 치료제로 사용 중인 렘데시비르는 nucleotide analog 이고 얼마전에 러시아의 R-pharm에서 임상 3상 종료와 시판 예정이라고 알렸던 Coronavir (favipiravir)도 이와 같은 계열의 약품입니다. 오늘 살펴본 MK-4482는 살짝 다른 nucleoside analog지만 본질적으로는 거의 동일한 기전에 관여하는 약품이구요. 이러한 배경 탓에 아마도 외신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빠르면 올해 안에 치료제로 시판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렘데시비르가 썩 만족스러울 만큼의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리스크를 안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정부에서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과제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후보는 신풍제약의 피라맥스, 대웅제약의 카모스타트와 니클로사마이드였습니다. 사실 피라맥스가 선정된 것은 의아한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점쳤던 카모스타트와 니클로사마이드가 선정된 것이 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고무적인 느낌입니다.
오늘 포스팅에 언급된 국내 제약사의 코로나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포스팅은 아래의 링크에서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2020/07/12 - [국내외 개별기업] - 대웅/대웅제약 코로나 치료제 니클로사마이드(DWRX2003)에 대한 과학적 고찰
2020/07/20 - [국내외 개별기업] - 대웅/대웅제약 유력 코로나 치료제 카모스타트에 대한 과학적 고찰
2020/07/26 - [국내외 개별기업] - 종근당/종근당바이오 코로나 치료제 나파모스타트(나파벨탄)에 대한 과학적 고찰 -1
2020/07/26 - [국내외 개별기업] - 종근당/종근당바이오 코로나 치료제 나파모스타트(나파벨탄)에 대한 과학적 고찰 -2 결론
2020/07/13 - [국내외 개별기업] - 신풍제약/신풍제약우 코로나 치료제 피라맥스에 대한 과학적 고찰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는 날을 기다리며 오늘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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