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알아볼 기업은 요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박셀바이오입니다. 박셀바이오는 면역항암치료제를 핵심 아이템으로 개발 중인 바이오기업인데요, 이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특허와 문헌으로 확인해보겠습니다.
1. 박셀바이오
박셀바이오는 2010년에 설립된 바이오벤쳐로 그 동안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다발성 골수종 항암면역치료제 개발에 대한 임상 1/2a상 연구, NK세포 간암 치료제에 대한 임상 1상 연구를 마쳤으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기술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습니다.
면역세포치료제는 기존의 방사선 치료(radiation therapy)나 화학요법(chemotherapy)으로 극복할 수 없었던 암에 탁월한 치료효과를 보이고 상대적으로 부작용은 더 적어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기술입니다. 최근에는 특히 키메라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를 이용한 CAR-T세포나 CAR-NK세포가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전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지요.
*키메라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는 기존 T세포 수용체(T-cell receptor, TCR)의 특정 서열을 제거 혹은 추가해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이고, 항원인식부위를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결합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면역세포로 하여금 타겟 암세포에 대해 매우 높은 효율의 살해능력을 가지게 할 수 있게 됐다.
박셀바이오는 기업소개에서 CAR세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직 연구 단계인 것으로 보이고, 주력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수지상세포, 자연살해세포치료제는 조금 고전적인 형태의 세포치료제입니다. 물론 박셀바이오의 세포치료제와 CAR-T, -NK세포치료제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딱히 단점이 되지는 않습니다.
일단 박셀바이오 홈페이지에서 알 수 있는 이 회사 제품의 특징과 보유 특허 등에 대해 확인해보겠습니다.
2. 면역항암치료제
박셀바이오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인 면역항암치료제 분야는 분명 현대 의학/생명과학 연구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기존의 항암치료는 대부분이 암세포의 빠른 분열을 타겟으로 하여 개발되었는데 이 때문에 소화기, 모발, 피부 등 잦은 손상과 분열이 반복되는 조직에 심각한 부작용이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면역세포를 이용한 항암면역치료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이용해서 정상 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고 암세포를 특이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박셀바이오의 홈페이지에는 이러한 항암면역치료제의 기본적인 배경과 박셀바이오가 연구 중인 수지상세포, 자연살해세포, CAR-T세포에 대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http://www.vaxcell-bio.com/wp_2ds/02_01.html). 박셀바이오는 이 중에서 수지상세포(수지상세포치료제[VAX-DC/MM]), 자연살해세포(자연살해세포치료제[VAX-NK/HCC]) 관련 파이프라인을 각 1개씩 가지고 있는 상태이고 CAR-T세포는 아직 전임상연구 단계인것인지 아직 공개된 정보가 없습니다.
3. 파이프라인1 - 수지상세포치료제(VAX-DC/MM)
수지상세포 원래 우리 몸에서 외부 항원(박테리아, 바이러스, 암세포 등)을 T세포나 B세포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박셀바이오의 수지상세포기반 항암면역세포치료제는 이러한 작용을 이용한 것인데요, 인공적으로 수지상세포에 암세포를 학습시켜서 인체에 주입, 면역체계로 하여금 암세포를 제거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홈페이지의 그림은 이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을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백혈구성분채집술(leukaphresis)로 환자로부터 단핵구 추출(monocyte)
- 분리된 단핵구를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 DC)로 분화 및 성숙
- 성숙한 수지상세포를 암세포 항원(tumor antigen)과 공배양하여 암세포항원을 학습시킴
- 암세포 항원을 제시하고 있는 수지상세포(tumor antigen loaded DCs, TA-loaded DCs)를 다시 환자에 주입
- 주입된 수지상세포는 림프절로 이동하여 T세포와 B세포에 암세포 항원을 제시해 림프구들이 환자의 암세포를 찾아가 죽일 수 있게 함
이러한 형태의 치료제는 인체의 후천면역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활성화시킨다는 의미에서 ‘암백신(cancer vaccine, oncovaccine)’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항암면역치료제와는 별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이 분야는 학술적으로나 의학적으로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박셀바이오의 수지상세포 치료제의 성공 가능성을 예상하기 위해 해외 사례와 현재 박셀바이오의 기술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i) 해외 연구 및 FDA 승인 사례
수지상세포를 사용한 면역치료나 암백신 연구는 2000년대 초부터 많은 연구가 있었고 지금까지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FDA승인을 받은 사례는 2010년 전립선암에 대한 수지상세포 암백신 Sipuleucel-T
1건으로 확인됩니다 (https://pubmed.ncbi.nlm.nih.gov/21471425/). (참고로 암백신oncovaccine으로 봤을 때에는 Oncophage와 Bacillus Calmette-Guérin 두 가지가 더 있지만 수지상세포 기반 암백신은 Sipuleucel-T가 유일)
2010년 FDA승인 이후 새로운 수지상세포 기반 암치료제/암백신이 등록되지 않은 것은 많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대안의 치료법이 전혀 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 발암원성을 비롯한 다양한 부작용의 위험이 있는 세포치료제는 임상시험 지원자 모집 부터가 쉽지 않은 것이 그 원인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박셀바이오의 수지상세포치료제는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했을 때 큰 난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셀바이오의 수지상세포치료제 타겟은 다발성골수종(multiple myeloma)인데 혈액암 분야는 현재 CAR-T세포치료제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분야로 잘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많은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을 증명하듯 현재까지 FDA승인을 받는 3종의 CAR-T세포치료제도 모두 혈액암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https://hillman.upmc.com/mario-lemieux-center/treatment/car-t-cell-therapy/fda-approved-therapies).
아직까지 다발성골수종에 대한 CAR-T세포치료제는 FDA승인을 받은 건이 없지만 Nature Medicine의 2020년 리뷰논문(https://pubmed.ncbi.nlm.nih.gov/32978608/)을 보면 다발성골수종에 대한 CAR-T세포치료제는 현재 15건의 임상시험이 진행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CAR-T세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료 효과가 불확실한 수지상세포 치료제의 입지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CAR-T세포치료제의 한계를 DC세포치료제가 보완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배경으로 수지상세포 치료제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ii) 박셀바이오의 기술력
배경은 이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고, 남은 건 박셀바이오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입니다. 수지상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데에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앞서 설명했던 치료 과정을 다시 살펴보시면 어떤 기술들이 필요한지 예상할 수 있을텐데요, 각 단계별로 필요한 기술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단핵구 분화 및 성숙 기술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방법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암 항원’이라는 부분과 이를 이용한 수지상세포의 학습인데요, ‘암 항원’이라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암 세포를 잘 인식해야 하면서 동시에 정상 세포는 인식하면 안 되는 특별한 항원을 찾아야 하는 거거든요. 만약 좋은 암세포 항원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정상세포에 존재하는 항원이라면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박셀바이오의 기술력에 전망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어떤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확인위해 가장 먼저 검색한 것은 google patent인데요, 이 사이트는 국제특허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박셀바이오는 한 건의 국제특허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암-고환 항원을 포함하는 한국 난치성 다발골수종 예방 또는 치료용 세포 면역치료제 조성물 및 그 제조방법 (https://patentimages.storage.googleapis.com/11/f5/b2/5f18d3357b29ab/WO2017061784A1.pdf)이 그것 입니다. 이 특허는 국내 특허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등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국내 특허를 읽어보셔도 무방합니다(http://kportal.kipris.or.kr/kportal/search/search_patent.do).
박셀바이오의 수지상세포 치료제 특허를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다발성 골수종 환자의 세포 확보
- 환자의 세포에서 암-고환 항원(cancer/testis antigen) 발현 수준을 확인
- 환자의 세포에서 높게 나타나는 항원에 대한 재조합 단백질 준비
- 수지상세포와 재조합 단백질(암-고환 항원)을 공배양하여 수지상세포를 학습
박셀바이오의 특허는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산물과 만드는 과정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인데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씀 드렸던 ‘항원’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현재 개발되고 있는 다발성골수종에 대한 CAR-T세포치료제는 대부분 BCMA를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BCMA는 B cell maturation antigen의 약자인데, 성숙한 B세포인 형질세포(plasma cell)과 일부 B-cell, 그리고 다발성골수종 세포가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 BCMA를 죽이는 세포를 만들면 체내의 B세포도 일부 공격을 받기는 하지만 다발성골수종 세포를 최소한의 피해로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것이지요.
박셀바이오가 선택한 암-고환 항원(cancer/testis antigen)은 건강한 상태에서는 남성 고환의 생식세포와 여성의 난소, 태반 외에는 발현하지 않지만, 암세포에서는 유전자의 발현이 교란되면서 이 항원들을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앞서 BCMA 항원과 마찬가지로 암-고환 항원을 발현하는 세포를 죽이는 면역세포를 제작한다면 ‘남성의 생식세포’와 ‘여성의 난소과 태반’이 손상될 수는 있지만 이 항원을 발현하는 다발성골수종 세포도 제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박셀바이오가 선택한 암-고환 항원도 현재 주류인 BCMA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암-고환 항원에 대한 면역세포치료제가 다발성골수종 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은 ‘다발성골수종 세포가 암-고환 항원을 발현한다’라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해당 특허에서 보여주는 결과에 의하면 꽤 많은 환자들이 해당 낮은 항원 발현을 보여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의 붉은 사각형이 환자의 형질세포;암세포).
만약 환자의 암세포가 항원을 발현하지 않는다면 그 항원을 타겟으로 하는 면역세포는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에 이러한 항원 발현문제는 치료제로서 심각한 결함이 될 수 있습니다.
4. 요약
- 박셀바이오의 수지상세포 치료제는 암-고환 항원(cancer/testis antigen)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 암-고환 항원은 고환/난소/태반에서 제한적으로 발현하기 때문에 이를 발현하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한 방법이다
- 암-고환 항원은 다양한 암에서 발현되는 것이 확인되어 현재까지 CAR-T, CAR-NK 세포치료제 개발 등에도 연구되고 있다
- 하지만 다발성 골수종에서는 암-고환 항원보다 BCMA 항원이 더 높은 신뢰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CAR-T 세포 개발도 주로 BCMA를 타겟으로 개발되고 있다
- 박셀바이오의 특허 내용을 보면 적지 않은 환자들의 암세포가 암-고환 항원을 발현하지 않거나 적은 수준으로 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러한 문제는 향후 기술의 한계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일단은 시간이 늦어 오늘은 여기에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박셀바이오의 두 번째 파이프라인에 대한 이야기와 박셀바이오의 면역항암치료제와 같은 ‘개인 맞춤형 치료제(personalized medicine)’가 가지는 고질적인 한계점에 대해서도 짚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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